인간에 대한 지식,
작품에 대한 지식,
인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유명한 연기 스승은
‘스텔라 애들러’ 입니다.
그녀의 대본 분석은
굉장히 유명했습니다.
수업 중에 있었던 케이스를
소개합니다.
이게 글로 전달하게
대단히 어려운데,
지식 파트에서
중요한 일화라서
한번 최대한 잘 재현해 보겠습니다.
선생 : 내가 봤을 때, 이 장면의 존재 목적은 너가 쓸데없이 말하고 장난쳐서, 결국 이 상대 살인자에게 죽게 되고, 그 살인자가 이전에 완전 범죄였지만, 예상치 못하게 너를 만나면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고, 그게 결국 이 살인자의 꼬리가 밟히는 꼴이 되어 잡히게 될 거 같은데 맞아?
학생 : 네… 맞아요. 작품을 보셨어요?
선생 : 나 이거 뭔 작품인지 모르는데?
학생 : (놀람)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 : 아니 뻔하지. 이 장면에 다 나와 있어. 모든 장면은 전개 상에 필요하기 때문에 들어가거든
학생 : 너무 신기하네요.
선생 : 너 연기의 문제가 뭐냐면, 주인공처럼 너무 많은 욕심을 넣어서 연기하는 거야. 여기서 너가 해야 할 건, 그냥 그 말하는 사실, 그 사실에 집중하며 나오는 심리 제스쳐나 몸의 조형이 원할 하게 나오면 되고, 그렇게까지 포인트가 많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 장면에서 상대가 너를 바라보면서 고민하는 (이 사람이 살인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죽여야 하나?)가 클로즈업으로 담길 확률이 높거든. 즉 너의 연기는 상대 (주인공 급)의 시야에서 해석하듯이 보여 지는 게 중요한데, 마치 컷이 자잘하게 나눠져 있는 클로즈업 된 주인공처럼 그렇게 연기하면 극의 흐름을 아주 많이 해치게 된다.
학생 : (너무 놀라며) 정말 너무 충격적인 게 사실, 저는 대본에서 제가 할 것이 너무 없다고 생각해서 대사를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편집했거든요… 근데 어떻게 원래를 추리해서 맞출 수가 있으시죠?
선생 : 나도 내가 어떻게 맞췄는지는 몰라. 그런데 그냥 그렇게 보여. 그러니까! 지금 보면 너는 여전히 너 중심적으로 이 대사를 생각한 것이고, 이 대사를 너가 이러저러하게 하고자 하는 욕심이 앞선 것이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야. 중요한 건 요구되는 것을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 특히 너가 주연이 아니라면 더욱 그래. 대본을 작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너가 연기하기 위한 재료로 봐서 그래.
선생 : 다 좋은데, 너 여기 왜 온 거야?
학생 : …
선생 : 너가 이 장소에 온 이유, 머무는 이유가 없어. 그리고 그 이유가 없어 보이는 원인에는 상대와의 관계 문제가 있어서 그래. 그냥 고시원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눈 인사 정도 하는 사이인데 그 인물이 너를 여기에 머무르게 할 수 없거든. 오히려 피하게 할 수는 있겠지.
학생 : 사실은 원래 이 영화에서는 이 장면에서 술을 마셔요.
선생 : 그치! 그래야 말이 된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특정한 시간이 필요한 행위이지. 그래서 머물게 하는 당위성이 필요 없어지는 거야. 너 담배 피니?
학생 : 네
선생 : 그럼 담배라도 피면서 해봐. (연기가 끝난 후) 어때?
학생 : 너무 편해요.
선생 : 자기가 편하게(인물이 편하게) 맥락을 형성해 놓고 연기를 해야 하거든. 그게 정당성이고, 그게 상황이야.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 특정 컨셉을 해보고 싶은 욕심, 특정 이미지에 꽂히는 버릇 때문에 첫 시작부터 이미 실패하고 시작하는 거야.
영화 <박화영>을
착취의 세계관으로 보면
분석이 쉽습니다.
이 세계에 나오는
대부분은 착취 하는 인물인
동시에 착취 당하는 인물입니다.
미정은 아름다운 외모를
착취 당하는 동시에
그걸 이용해서 상대를 착취합니다.
세진은
외면 (백치미로 표현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합리화 합니다.
그런데 화영은
착취 당할 것이 없는 인간입니다.
그러니 착취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집을 착취 당해줌으로 인해서
본인의 외로움을 달래는 착취를 합니다.
이게 점점 심해지면서
스스로를 엄마라 칭하며
본인의 시간, 노동, 돈을 착취 당해줍니다.
그걸 통해서 본인이
뭔가 항상 희생하고,
구원한다는 착각을 자아내게 되고,
그걸 통해 스스로를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들어서
외로움을 달래는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특정 범죄를
뒤집어 쓰면서까지
스스로를 영웅적인 존재로 만듭니다.
이런 인물의 이상한 면모를
'이상함'으로 남겨두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분석'이고 '지성'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그 이상함이
바로 '포인트'가 됩니다.
이정도 이야기가
연기가 끝난 후
처음 하는 전체 코멘트에서
나옵니다.
이건 총 코멘트의
1/10정도이고,
이 큰 틀에서 틀린 것을
먼저 교정하고,
연기를 하나하나 교정합니다.
그런데 제가 대부분의
연기 수업들을 관찰해보면
대부분의 선생들이
이것을 잡아내거나
눈치채는 능력 자체가 없이,
연기 수정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이미 틀린 설정과 맥락에서
연기를 아무리 수정해봐야
점점 수렁으로 빠집니다.
연기를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마 연기 수업을 몇 달이라도
해본 학생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것입니다.
글로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극매체 “지식 세미나”를 분기에
한번 진행합니다.
주로 영화 분석이나,
장면 분석 등으로
분석력과 지성을 직접 보여드립니다.
약 2~3분의 장면
두 세개를 가지고 세시간 정도
이야기할 정도로 차원이
다른 분석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지식이 좋고,
분석력이 좋아도
그것을 연기적으로
구현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특히 삘 받아서
한 두번 구현하는 것은
실력이 아닙니다.
순간입니다.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을
항시 구현해야 실력이고,
그래야 프로배우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은
테크닉을 통해 획득할 수 있습니다.
테크닉 안에는
다양한 화술 테크닉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두개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생각의 단위에 따라
구절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 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이 문장이 대표적인
<말 벌려주기>와 <좁혀주기>
입니다.
이런 초딩도 다 아는 것을
화술로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의미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의 배우지망생은
말 벌려주기, 말 좁혀주기를
아예 못합니다.
이렇게 대본이
인쇄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이 띄어쓰기, 이 줄 바꿈대로
생각의 단위를 구성하게 됩니다.
상당히 단조롭고,
문어적인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연기가 됩니다.
글로 전달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만 생각의 단위로
말을 모으거나 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단위라는 것은
목표와 장애 그리고 전략에
기반해야 합니다.
말을 하면서 감정에 빠질 수 있고,
예상치 못한 감정의 동요가
목표 지향적이게 말하는 것에
방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대사는 돈을 꿔 달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생의 수술비 마련).
감정에 빠져서 오랜 시간
허우적 거리기에는
너무나 절실하고 급합니다.
그것이 이 대사의 원동력이죠.
그런데 대부분은 테크닉 연기를
나쁘다고 펌훼 하면서,
동시에 정작 스스로는
감정을 전시하는
(나 이만큼 슬퍼요. 연기 잘하죠?)
방식으로 이 장면을 구현합니다.
사실 그것은 거짓으로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특정 감정을 꾸미면서,
동시에 그것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아주 잘못된
형태의 연기입니다.
테크닉이 부족하면
이런 함정에 쉽게 빠집니다.
문제는 배우 지망생들 대부분이
이 둘을 조합하는 방식 자체가
뻔하다는 것입니다.
더 심한 경우는
‘b’하나만을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연기에서
상대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상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대화라도
상대만 바라보면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주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사람을 우리 주변에서
절대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뻔한 게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 뻔함만 있고,
분석이나 해석이 없다는 게 문제죠.
정확하게는 어디서 본 것,
어디서 들은 것, 머릿속으로
쉽게 지레짐작한 것으로
도피한 것입니다.
그게 뻔한 연기의 이유입니다.
결국 분석과 해석을 하고
계획을 세운 것은
적절히 보일 때 의미가 생기는 것입니다.
적절히 보이는 방식이
'테크닉'이고,
말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방법이
'화술'입니다.
단순히 진실한 연기의 부속품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위 대사를 이렇게 연기할 것입니다.
이건 단순한 테크닉이 아닙니다.
인물의 생각하는 방식이
말에 반영된 것입니다.
즉 테크닉을 시작점으로 잡으면
아주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형태로 연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단순히 테크닉이 아니라,
이것이 사실 인물의 내면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서,
결국 진실에 닿을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연히 분석도 동시에 됩니다.
역시나 글로 설명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분기에 한번 테크닉 워크샵을
통해 저희가 보유한
화술 테크닉 20개 중 하나를
알려드립니다.
직접 이 테크닉의 위력을
체감하고 싶으시다면
원데이로 진행되는
원데이 테크닉 워크샵에
참석하길 바랍니다.
진실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면서 주어진 상황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해 내려는
의지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지성과 테크닉)보다도
글로 풀어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가장 대표적으로
의지를 불러내는
여러가지 단계 중
하나의 케이스만 언급하겠습니다.
1)
장면과 인물이
요구하는 에너지에
배우를 데려다 놓기 위해
특정 엑서사이즈
(주로 시실리베리의 언어 공간 엑서사이즈)를 한다.
2)
그렇게 체감한 에너지와 질감을,
주어진 상황에 적용한다.
3)
디테일한 부분과
필요한 테크닉 등
몇 개를 붙인다.
이것들은 전체 에너지로
구현할 수 없는 디테일을 만든다.
4)
그렇게 연기를 완성한다.
이렇게 지성, 테크닉, 의지를
훈련하는 방식으로
연기 교습 전략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우
마이크와 카메라를 통해
기록을 남긴 뒤,
그 기록은
대형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직접 확인하게 합니다.
그리고 직접 확인한 것을 가지고
하나하나 끊어가면서
이성적인 분석까지 더해집니다.
이게 저희의 방식입니다.
실제 수업에 대한 부분을
직접 느끼게 하기 위해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하나 실례를 가지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저희의 교습법을 보여드렸습니다.
글로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기본적인 경험과
눈치가 있다면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한 수업 스케치는
극예술 매체연기 스튜디오
등으로 키워드 검색하시면
저희 단원들의
실제 수업 일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려 깊게 고민해서
저희를 선택한,
좋은 배우 지망생들을
많이 만나길 기대합니다.